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 한 권의 책

도서출판 솔과학 신간 [책갈피에 내리는 저녁 - 당신에게 부치는 32봉지 시 이야기](이기철 저) 안내입니다.

솔과학 2024. 2. 25. 15:11

도서명 : [책갈피에 내리는 저녁 - 당신에게 부치는 32봉지 시 이야기](이기철 저)

 

당신에게 부치는 32봉지 시 이야기!

햇빛이 오래 머물다 간 자리마다 꽃이 피어납니다.”

 

이기철 시인의 시와 글도 그러합니다!”

 

여기에 있는 글들과 여기에 있는 시들이 당신의 슬픔과 아픔을 잠시라도 씻어주는 이슬비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손에 잡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의 하루, 그 분의 낮과 밤이 아침 햇빛에 머리를 감은 풀잎처럼 신선하고 향기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저녁이 와서 햇빛이 몸을 감추면 별빛이 그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이 시간을 하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침을 지나 저녁에 닿습니다. 우리가 낮 동안 걸어온 발자국에 빛이 스러지고 풀들이 머금은 향기가 산과 강물과 들판에 남습니다. 나는 이러한 시간들이 누구의 가슴에 닿아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삶이 한없이 즐겁기만 한 사람도 없지만 삶이 그만 내려놓고 싶어 한숨짓는 사람도 없기를 바랍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으로 돌아가 이슬에 손을 씻는 사람의 마음을 한 줄의 시로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맙게도 그 바람이 제 시의 바람이라고 생각해 주면 더할 수 없이 고맙겠습니다. 글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1. 서문 및 출판사 서평

햇빛이 오래 머물다 간 자리마다 꽃이 피어납니다. 저녁이 와서 햇빛이 몸을 감추면 별빛이 그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이 시간을 하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침을 지나 저녁에 닿습니다.

우리가 낮 동안 걸어온 발자국에 빛이 스러지고 풀들이 머금은 향기가 산과 강물과 들판에 남습니다.

나는 이러한 시간들이 누구의 가슴에 닿아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삶이 한없이 즐겁기만 한 사람도 없지만 삶이 그만 내려놓고 싶어 한숨짓는 사람도 없기를 바랍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으로 돌아가 이슬에 손을 씻는 사람의 마음을 한 줄의 시로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들과 여기에 있는 시들이 당신의 슬픔과 아픔을 잠시라도 씻어주는 이슬비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제1부는 이와 같은 마음으로 제가 여러 곳에서 독자들과 대화하거나 강연한 내용입니다. 제가 그분들보다 많이 알아서 단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작고 소담한 이야기이지만 그분들과 함께, 그분들의 표정을 읽고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서 행한 말의 봉지입니다. 2부는 제가 시를 읽다가 생각한 몇 분의 시에 대한 생각 주머니이고 제3부는 오래 전에 시로 여는 세상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저의 소심록(素心錄)의 일부입니다. ‘파르나시앙은 유럽 낭만주의 다음에 온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경향을 가진 시의 유파를 이르는 명칭입니다. 흔히들 고답파(高踏派)’라 부르는데 조금은 고전적인 규범을 준수하려는 유럽 시파의 별칭입니다. 저도 갈 수만 있으면 고답파의 길을 가고 싶어 택한 글의 제목입니다.

고맙게도 이 책을 손에 잡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의 하루, 그 분의 낮과 밤이 아침 햇빛에 머리를 감은 풀잎처럼 신선하고 향기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이 제 시의 바람이라고 생각해 주면 더할 수 없이 고맙겠습니다. 글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 목차

목차

 

책 머리에 5

 

1부 아름다움은 진실 11

시가 내개로 걸어오는 시간13

아름다움은 진실 20

연애하듯 시를 쓰라30

무슨 가슴으로 세상을 사랑하랴 36

시가 어렵습니까?42

시 쓰는 괴로움, 시 쓰는 즐거움 54

독자는 천의 눈을 가졌습니다 60

시는 웰비잉의 한 방식입니다 70

명시 앞에서 생각나는 일들 77

시의 고향을 찾아서 89

시를 읽으면 행복해집니다 99

음악이 영혼을 깨운다 106

문화의 수준을 생각한다 113

시인의 이력서 121

시인은 무얼 먹고 살까요? 126

장자도에서의 하룻밤 132

인공지는 알파고가 시를 쓸 수 있을까요? 142

그 말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149

시인과 이름 155

시인의 목소리, 그 음악 친구 160

시와 에세이문학의 나아갈 방향 168

하모니카의 추억 178

 

2부 어떻게 읽을까요? 183

여러 종류의 착각 185

진지한 시와 재미있는 시 192

상큼하고 짭짤한 서정시의 맛 203

암시의 시학 208

시를 읽는 두 가지 눈 213

 

3부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217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 우정에 대하여 219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 전쟁에 대하여 234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 연애에 대하여 244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 돈에 대하여 254

파르나시앙의 저녁 산책

- 밀턴의 실락원』 • 264

 

작품 색인 268

 

3. 본문 중에서

시가 내게로 걸어오는 시간

꽃이 처음 꽃잎을 열 때 무슨 말을 할까요?

나비가 햇살 아래로 날아 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방울새가 나뭇가지에 날아와 앉으면서 무슨 마음을 노래할까요?

이런 생각들을 하고 그 대답을 글로 써보는 것이 시의 출발입니다. 시에 쓰이는 말이 반드시 멋지고 유식한 말들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반드시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의 옷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이같이 너무도 단순하고 어린아이다운 생각으로 시인은 시를 출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단순하고 어린아이다운 말이 윌리엄 워즈워드의 그 유명한 무지개의 첫 구절입니다.

(pp.13~14 중에서)

 

저는 저의 시 눈 오는 밤에는 연필로 시를 쓴다라는 시의 후반부에서 조르주 상드니 버지니어 울프 샬롯 브론테니 앨프렛 테니슨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눈오는 밤에는 옛날의 책들

조르주 상드니 버지니아 울프

샬럿 브론테니 앨프리드 테니슨,

읽으면 금방 한숨이고 눈물인

김소월이니 백석이니

그런 이름을 A4용지 다섯 장에

덧없이 끄적거리고 싶다

 

이 시인들은 모두 낭만주의 시대에 뛰어난 작품들을 남긴 작가, 시인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조르주 상드는(1804~1876)는 이 세상에 와서 일흔두 살을 살면서 많은 작품을 썼고 많은 예술가들과 사랑을 했던 작가입니다.

(p.104 중에서)

 

저는 몇 년 전에 시인이 되어 암소를 타고라는 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쓴 시를 다시 한 번 인용하겠습니다.

 

시인이 되어 암소를 타고 가면 보인다

태어나 그 동네밖엔 아무 데도 못가 본 나비가

세상 바깥은 알려고도 않는 도랑물의 송사리가

제 날개 닿는 하늘만 세상 전부인 줄 아는 잠자리 떼가

암소를 타고 짚신을 신고 가면 보인다

아직도 옛날 옷 그대로 입고 봄 마중나온 꽃다지가

엉덩이에 똥을 묻히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암소가

이제는 서 있기도 힘겨워 그만 누워도 괜찮을 뒷동산 소나

무의 생애가

 

이쯤이면 여러분은 제가 산골 출신, 조금은 가난하고 순박했던 아이, 남다른 감수성과 궁금증이 많았던 소년이었음을 짐작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저는 소년 시절, 풀꽃과 나무, 새와 곤충을 좋아했고 나뭇잎 지는 소리, 도랑물 흐르는 소리, 빗방울이 처마에 떨어지는 소리, 갈대 잎 서걱이는 소리를 좋아했습니다. 나생이와 꽃다지, 씀바귀와 냉이, 비비새와 종달새, 때까치와 곤줄박이를 좋아했습니다.

(pp.123~124 중에서)

 

저는 매일 시를 읽습니다. 아마도 시를 읽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하루도 없을 것입니다.

고려 시대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도 그의 산문집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시를 좋아해서 매일 시를 읽는다. 병이 나서 몸이 아프면 안 아픈 날보다 시를 더 많이 읽는다’(詩酷好病中倍於平日)

 

그러니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시병(詩病)에 걸립니다. 시를 너무 좋아하는 것도 일종의 시병이니 이 병에 걸리면나을 방도가 없습니다. 아니 아예 나으려하지도 않습니다.

 

1930년대 시인 이상(李箱)은 친구 김기림(金起林)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런 병을 고황(膏肓)에 든 병이라 했지요. 어떤 약을 써도 낫지 않는 병이 고황에 든 병입니다. 저도 고황에 든 병을 갖고 있나 봅니다.

저는 요즘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감각을 시로 맛보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즐거움은 잘 키운 채소를 한 입 베어 무는 것 같은 느낌에 비길 수 있습니다. 황인찬이나 박준의 시가 그런 시들입니다.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무화과 숲전문

 

(pp.185~187 중에서)

 

어려운 말로는 정동(情動,affectus)이라는 용어가 해당되겠는데 스피노자가 했고 들뢰즈라는 철학자가 다시 한 이 말을 여기서 굳이 끌고 올 필요도 없이 이 시를 쓰는 시인의 정서의 움직임, 감정의 이동상태를 가감 없이, 아무런 삭제 없이, 의식의 흐름에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생각

나는 대로 나열해 놓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나에게는 어떤 충동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쓴 시인의 말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내용 없는 아름다움대신 내용 없는시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런 시는 그 나름대로 유효한 것입니다.

예쁜 시는 예쁘고 깜찍한 시는 깜찍하고 정겨운 시는 정겹고 아름다운 시는 아름답습니다. 그만하면 시가 제 몫을 다 한 것입니다.

(pp.201~202 중에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이 그려놓은 거대한 벽화입니다. 거기엔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고 싸움이 있고 패배가 있습니다. 죽음이 있고 눈물이 있는가 하면 승리가 있고 환희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영국의 철학자 허브트 스펜서는 전쟁은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한다는 역설을 내놓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 많은 전쟁 가운데 오직 하나, 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625 전쟁은 내 소년의 기억 속에 많은 것을 심어 준 추억의 흑백사진입니다. 1950625일 새벽 5, 북한 인민군이 보병 20만과 전차포대를 이끌고 남한을 침공한 625. 내 기억의 흑백사진 속에 투영되어 있는 그들의 실루엣은 먹구름 같고 파도 같고 소낙비 같고 홍수 같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9537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은 남한에서만도 50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이 한국전쟁이라 합니다. 전쟁이 일어난 그 해 나는 여덟 살, 초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pp.237~238 중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대중문화의 힘은 강해지고 순수문화의 힘은 약화되는 시대에 나는 시인들이 모두 멀리하고 기피하는 소재인 에 대해서 한 편의 시를 썼습니다. 아마도 제가 돈에 대해서 시를 쓰게 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돈은 살아서 거지처럼 떠돌며

세상의 목마른 자를 희롱한다

장님도 귀머거리도 그에게 손 벌리며 허리 굽힌다

고집 센 돈은 아무리 전언해도 대답하지 않고

제 몸을 팔며 사며 하얀 가난같이 꽃핀다

저자에서는 쑥 미나리 돌미역 파래들도

몇 다발의 돈이 되어 팔려나간다

인플루엔자처럼 독감처럼 옮아 다니는 창녀여

돈이여

누구든 일생을 걸어 너의 문간에 닿아

비로소 편안과 일락을 얻는다고 굳게 믿지만

저 순금 햇빛이 그의 입김으로 더워진 적 없다

물소리가 그의 부름으로 노래한 적 없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 이름 했다는 익살 속에서

너와 내가 자리하고 누울 곳은 돈 아닌 온돌

수챗물과 거지의 손에서도 반짝이는 돈이여

너 없이도 튼튼한 저 상수리나무를 보라

너에게 구걸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청호반새를 보라

 

전문(미발표)

 

시로 여는 세상(2006년 겨울호)

(pp.262~263 중에서)

 

4. 저자 소개

이기철(李起哲)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1972현대문학오월에 들른 고향3편으로 등단

1976년부터 자유시동인

1993~4년 대구시인협회 회장

2007년 학술단체인 한국어문학회 회장, 한민족어문학회 회장

 

[저서로 시집]

청산행』 『우수의 이불을 덮고』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무, 나의 모국어』 『가장 따뜻한 책』 『흰 꽃 만지는 시

』 『영원 아래서 잠시21권과 영역시집Birds Flowers and Men, 에세이집 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 비평집 인간주의 비평을 위하여, 학술서 시학』 『분단기문학사의 시각등이 있다.

 

아림예술상, 후광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시와시학상, 최계락 문학상, 문덕수 문학상, 박목월 문학상 등 수상.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여향예원, 시 가꾸는 마을>을 운영하면서 <서정시 삼천리> <동서공감> 등의 문학단체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