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신의 그릇2 – 사기장 신한균 역사소설](신한균 저)(전2권)
양산 ‘평산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도서!
“<<신의 그릇>>은 일본으로 건너가 다완으로 애용되고 일본 최고의 국보가 되기도 한 조선사발의 미와 역사, 사기장들의 장인정신을 그린 역사예술소설로서, 2023년도 양산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은 조선에서 수많은 도자기와 사기장들을 약탈하고 포로처럼 붙잡아 끌고 갔습니다. 그들의 활약으로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도자기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주력 수출상품이 되고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조선사발의 역사에는 일찍부터 수준 높은 도자기를 만들었던 우리의 자부심과 함께 민족 수난의 역사가 담겨 있고, 사기장들의 장인정신과 함께 장인들을 천시하여 산업의 근대적 발전을 가로막았던 우리 역사의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 신한균 사기장은 평산마을에서 신정희요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가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사발과 다기 그리고 달항아리는 일본에서도 알아줄 만큼 당대 최고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사발의 맥을 잊기 위해 평생을 바친 고 신정희 도공의 장남이자,
뒤를 이은 사기장 신한균 도공의 역사소설!
작품 속 주인공인 사기장 신현과 그의 아들 신석에게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신의 그릇” 전 2권!
일본에서는 ‘국보’ 한국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는 우리의 그릇, 이도다완(황도)!
그 슬픈 비밀과 찬연한 아름다움, 예술혼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도공)의 파란만장한 삶과
완벽한 단 하나의 그릇을 빚기 위한 사기장들의 분투와 절망, 열망에 대해
본격적으로 그린 역사소설이자 예술가소설!
저자는 장인 도공으로서 작품 활동을 하며 동시에 10여 년 동안 한일의 미술관, 도자기 생산지, 가마터를 답사하고 자료를 조사하여 세상에 나오게 된 책!
도자기 작품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와 역사 속 고단한 도공의 애환에 대한 감정이입은 사기장 신한균이 아니라면 절대 그 누구도 오롯이 표현해 낼 수 없다!
이 소설의 백미는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주옥같은 아름다운 표현을 들 수 있다. 도예가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살려 도자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또한 유명한 조선사발들이 어디서 구워졌는지를 정확히 밝혀내, 한일 미술사학계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었다.
일본에서 “카미의 우쯔와(신의 그릇)”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1. 작품 서평
저자는 도예가는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가치관과 싸우면서 결국 펜을 잡고 “신의 그릇”을 썼다. 일본의 국보가 되어버린 우리의 막사발을, 그리고 일본의 이름을 갖고 있는 우리의 그릇에 우리의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 저자는 긴 시간을 들여 추적했고 조사했다.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테고, 저자는 펜을 잡기까지 스스로와 싸워가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멋진 소설을 아버지께 바치며 세상에 내놓았다. 역사적인 사실과 저자의 창작과 아름다운 예술이 만나 한 편의 완벽한 소설이 탄생했다. 그 속에서 아름다운 예술적 혼을 느낄 수 있다.
1) 10여년의 추적 및 조사, 2년간의 집필, 도예가가 쓴 역사소설! - 줄거리
이 소설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이야기다.
일본의 조선 침략으로 주인공 신석은 왜군의 감시를 받으며 왜장의 전속 도공으로서 왜장이 주문한 그릇들을 아버지와 함께 빚는다. 왜장이 요구하는 황도(이도다완)는 할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완전히 전수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제기여서 빚어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조선에서 철군하는 왜군에 의해 결국 일본으로 끌려간다.
일본에서 조선의 양반계급에 해당하는 사무라이 도공에 봉해지고 한 마을의 수장이 된 주인공은 노예시장에서 조선인 포로를 구해오고 마을 이름도 고려촌으로 바꾼다. 왜국에서 끌려온 조선 사기장 이삼평, 종전 등과 백자를 만들어내 일본의 부흥에 크게 기여한다. 마을도 부유해지고 지위도 높아졌으나 주인공은 죽기 전 황도를 꼭 빚고 싶어한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으로 건너온 황도는 다도(茶道)에서 아주 귀히 여기는 차사발이다. 주인공은 일본에 있는 이도다완(황도)을 어렵게 찾아간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결과 그것은 조선 흙으로만 가능함을 알고 주인공은 이도다완을 만들어줄 테니 조선에 가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주군인 나베시마번의 다이묘는 귀국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동안 주인공은 끌려간 왜국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암투, 일본 여인 마꼬와의 사랑, 또 떠돌이 무사 로닝들과의 싸움을 경험한다.
권력의 실세이자 차인(茶人)인 호소까와, 일본 최고의 차선생인 코보리 엔슈의 도움으로 부산 왜관요의 책임자가 되어 40년 만에 귀국한 주인공은 제기가 아닌 다도용 황도를 만들어주고 왜관을 벗어나려 하나 막부는 청자까지 요구한다. 눈속임 청자를 만들어준 뒤에야 해방된 주인공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그릇을 빚던 양산 법기리에 가서 조상을 위한 황도를 빚는다. 그러던 중 왜관을 통해 일본에서 편지가 날아오고 사랑하는 여인 마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황도를 가마칸에 넣고 불때기하던 중 주인공은 세상을 하직한다.
일본에서 사무라이 도공이 된 조선 사기장 중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다.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선배 사기장의 꿈을 저자는 소설에서 주인공을 통해 실현한다. 또한 일본에 빼앗긴 첨단기술이자 다시 주목받는 문화콘텐츠인 도자기를 한국인이 제대로 평가하기를 소망하며 저자는 주인공의 귀환으로 그날이 올 것을 염원하고 있다.
2) 일본은 왜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하는가?
일본은 무로마찌 시대(1336-1573) 이후 다도가 성행했다. 일본의 다도는 사발에 말차를 타서 마시는 행위를 규격화한 것. 일본의 무사들은 조선사발을 최고의 다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칼의 나라 일본에서는 다도가 하나의 완충지대였다. 적어도 차회를 할 때만은 무장 해제하고 편안하게 차를 즐겼던 것이다.
조선사발로 다도를 맛본 일본 무사들은 조선사발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그중 황도는 일본 다도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최고의 다완이었다. 토요또미 히데요시에게 미움을 산 한 다이묘는 이도다완(황도)을 바치고 자신의 목숨과 성을 구하기도 했다. 일본을 통일한 히데요시와 그의 추종자들은 황도가 조선의 흔해빠진 밥사발로 알았고 그래서 그것을 대량으로 구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다. 조선에선 밥공기로 사용할 정도로 흔해빠진 줄 알았던 황도(이도다완)가 와보니 눈을 닦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백자 사발만 있었다. 그들이 바랐던 다완 찾기에 실패한 일본군은 조선 사기장들을 닥치는 대로 일본으로 끌고 가기에 이른다. 임진왜란 후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고, 조선 사기장이 완성한 백자를 수출해 일본이 경제대국화로 나아간 이면에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사기장이 있었다.
3) 일본에서는 ‘국보’ 한국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는 그릇 - 이도다완(황도)
할아버지는 주인공이 어렵사리 빚어낸 사발들을 모두 깨버리라 한다. 소설에서 도자기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귀하게 여긴 이도다완(황도)의 정체는 임란 전 진주 지방에서 만든, 제사 때 밥 올리는 멧사발이었다.
황도가 제기임을 모르는 일본인들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뒤 무덤을 파헤치고 심지어 왕릉까지 도굴하는 등 사발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을 무덤에서 찾지 못한다. 황도는 제기로서 용도가 다하면 깨어서 묻기 때문이다.
주인공 신석은 황도제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일본인에게 주지 않기 위해 평생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 주인공에게 그의 주군은 이도다완을 꼭 재현하라 명령한다. 조상의 혼(魂)인 제기를 일본인들에게 바칠 수는 없고, 그것을 빚어야만 귀국길이 열리니 황도는 신석에게 양날의 칼이었다.
명품 이도다완을 갖는 것은 당시 일본의 쇼군이나 다이묘 등 실력자들의 소원이고 지금 또한 그러하다. 국보급 이도다완은 현재 100억엔, 한국돈 950억원을 호가한다. 현재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막사발이라 부르며 무시해버린 것을 자기들의 심미안으로 그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처음부터 특별하게 빚은 조선 도예가의 예술혼임을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밝힌다. 이 소설은 천하 사대 명품인 키자에몽이도, 카가이도, 호소까와이도와 깨진 쯔쯔이쯔쯔이도를 소개하고 쯔쯔이쯔쯔이도를 토요또미에게 바쳐 자신의 목숨과 성을 구한 다이묘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게 들려준다.
4) 도예가가 쓴 예술가 소설 - 사실적 묘사, 충실한 고증
“우리는 대를 이어 옥 같은 도자기를 남긴다. 도자기는 영원하지 않으냐. 그런 우리 삶이 누구보다도 값진 게야.”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리킨단다.”
이 소설의 백미로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몸으로 체득한 사기장만이 할 수 있는 표현들이 적지 않다. 도자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야기 속에 녹아 『신의 그릇』을 읽다보면 누구나 도예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놀라운 것은 한명의 사기장이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한 자료 수집과 현장 조사이며 참고문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취재해 2년 동안 이 이야기를 집필한 저자는 유명한 조선사발들이 어디서 구워졌는지를 정확히 밝혀내, 한일 미술사학계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있다. 소설에서는 다도와 차에 대한 이야기가 밑그림으로 깔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5)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다. 오른쪽 위에 금색 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井戶)’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 (중략) …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 (중략) …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미학자) … (중략) …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중략) …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 (중략) …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 (중략) …
2007년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 (중략) …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다. 제상에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릇쟁이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아버님 영전에 바친다.
신정희요(窯) 신한균
3. 목차
달빛 차회 …… 11
조선 관리 …… 20
부고 …… 27
이삼평 …… 33
세번째 쇄환사 …… 45
기다리던 소식 …… 50
호소까와 이도 …… 57
심당길 …… 66
천민촌 사기장 …… 72
이작광·이경 형제 …… 80
백발의 여장부 …… 87
좌절된 귀국 …… 97
묘책 …… 106
코보리 엔슈 …… 111
떠돌이 무사 로닝 …… 121
닌자의 기습 …… 131
증인 확보 …… 136
다뀨의 죽음 …… 144
양산 법기리의 숨결 …… 152
아, 이도다완 …… 161
귀국 …… 169
왜놈 된 조선인 …… 176
내 아이야 내 자식아 …… 181
마꼬 이도 …… 192
막부의 명령 …… 199
해방 …… 206
신의 그릇 …… 216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 222
연표 - 임진왜란에서 조선 사기장의 사망까지 …… 228
도움받은 문헌 …… 237
부록 - 도자기 지도 …… 249
4. 본문 중에서
촌장이 은퇴해 마을일은 봉이, 억수, 큐마가 나누어 맡도록 했다. 순천댁도 나이가 들자 빨래나 청소 등 기운에 부치는 일은 젊은 아낙에게 맡겼다. 차실을 만들고나서 여섯 해가 지나갔다. 도자기와 양봉은 이제까지 별문제가 없지만 옹기는 도자기나 양봉에 비해 이익이 적어 앞날이 걱정되었다. 다행인 것은 노예시장에 나오는 조선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병진년(1616년) 새해 초, 카쯔시게가 나를 성으로 불다. 다이묘나 오시게는 나이가 많아 거의 은퇴한 상태여서 아들인 카쯔시게가 사실상 다이묘나 마찬가지다. 성에는 종전과 이삼평도 와 있었다.
(2권 11쪽, ‘달빛 차회’)
아, 모든 이도다완의 표본이 된 사발! 그 그릇이 내 눈앞에 있다. 호소까와에게서 들은 대로 깨어져 수리한 흔적이 있었다. 실금이 간 것도 보였다. 잘게 간 빙렬은 소박미를 느끼게 했다. 그 형태는 중후했다. 거친 피부(질감)가 그릇의 중후함을 더해 주었다. 호소까와 이도와 비슷한 키였으나 그것보다 약간 오목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준 그 형태다. 차인들이 비파색으로 부르는 노랑끼는 호소까와 이도보다 더 진했다. 힘찬 유방울이 달린 부분에 드문드문 본살도 드러나 있었다. 높은 굽, 입체감이 풍부한 허리선, 형태와 색깔의 조화에서 발산되는 깊은 맛이 나를 압도했다. 나와 황도 사이에 얽힌 비밀이 한가닥 풀려감을 느꼈다. 역시 조선의 흙이 아니면 빚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다완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손수 시범을 보인 바로 그 형태다.
(2권 166쪽, ‘아, 이도다완’)
주문장은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빚고 싶은 것을 마음껏 빚을 수 있다. 먼저 제기를 빚어 할아버지와 부모님께 재를 올릴 것이 다. 황도 흙을 수비하기 시작했다.
전쟁 전의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흙을 준비하실 때마다 손자 인내가 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한다고 하셨다.
“석아, 흙에서 꼬신내를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사기장이 된단다.”
“예,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황도를 왜 좋아하세요?”
“꾸미지 않은 그릇이라서 그렇단다. 우리는 억지로 치장한 그릇보다 편한 그릇에 더 마음이 가지 않느냐. 그런 연유에서 나는 황도를 좋아한단다.” … (중략) …
“선상님, 황도는 다른 도자기와 무엇이 다릅니꺼?”
“황도는 가장 우리다운 도자기야. 토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토종이라고예?”
“우리 도자기는 청자, 분청자, 백자 할 것 없이 모두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황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단다. 황도는 일반 도자기와 많이 다르지. 우리 흙이 아니면 황도를 빚을 수도 없단 다. 그래서 토종이라고 한 거야.”
“일반 도자기와 어떻게 다른데예?”
“황도는 노란색이지 않느냐. 도자기가 노란색일 경우는 보통 유약이 노랗거나 안료가 노란 경우야. 그러나 황도는 불에 익은 질흙 자체가 노란색이란다. 황도는 질흙의 색깔과 투명한 유약이 어우러져 정감 있는 노란색을 띠게 되지. 오직 황도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이야. 조선 양반들은 흰색을 좋아하지만 우리 백성들은 본디 황, 청, 백, 적, 흑의 오방색(五方色)을 좋아했단다. 오방색 중 으뜸인 황색은 우리 민족의 근본색깔이란다.”
(2권 216쪽~217쪽, ‘신의 그릇’)
숨이 계속 가빠왔다. 어지러웠다.
봉통불을 때고 난 똘이의 눈이 붉었다. 제기는 마지막 칸이다.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장작을 잡았다. 불살이 점점 강해진다. 마지막 칸이다. 불길이 휘몰아친다. 있는 힘을 다해 장작을 던졌다. 불살이 가마칸을 휘감으며 춤춘다. 가마칸이 옥처럼 맑아진다. 맑은 칸 속에 마꼬가 어린다. 고려촌이 보인다.
숨이 가빠졌다. 그릇들이 아물거린다. 장작을 던져넣어야 하건만 가슴이 저려왔다. 장작이 손에서 미끄러진다. 불살이 하얗게 이글거린다. 삭여야 한다.
눈이 가물거렸다. 가마칸이 고요해지며 하늘빛으로 변한다.
깊은 호수다.
“석아!”
어머니다.
(2권 220쪽, ‘신의 그릇’)
5. 저자 소개
신한균
전통 조선사발의 선구자 고 신정희 옹의 장남으로 태어나 현제 양산 통도사 옆에서 신정희 요를 운영하며 사기장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맥이 끊어졌던 회령자기를 국내 최초로 재현하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신정희 옹과 함께 출연한 MBC성공시대, KBS 한국의 미 그리고 일본의 NHK를 비롯한 여러 방송과 신문에 작품세계가 소개된 바 있다. 또 매년 신세계 미술관 등 국내외 유명 화랑에서 초대받아 작품전을 열고 있다.
저서 『우리 사발 이야기』(가야북스 2005)를 펴냈으며 이 책의 일본어판 『이도다완의 수수께끼』가 2008년 3월에 출간되었다. 또 일본에 있는 국보급 조선사발을 한국인 입장에서 해설한 『고려다완』(타니 아키라, 노무라미술관 관장 공저)이 2008년 2월에 출간되었다. 2015년 일본 인문학술지 『기요(紀要)』에 ‘이도다완은 민가의 제기’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 사기장 덕으로 일본은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현재 잊혀져 있다. 그들의 예술혼을 밝혀내기 위해 저자는 10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한 글이다. 이 소설은 2010년 『카미노 우쯔와』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현재 NPO 법기도자 이사장을 맡아 대한민국 사적 100호인 경남 양산 법기리 요지의 부흥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