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흥부의 딜레마 – 흥부전과 사회 철학의 만남](장의관 저)
‘흥부의 딜레마’는 ‘우리 모두의 딜레마’이다!
흥부전과 사회 철학의 만남! 흥부전을 통해 본 우리 시대의 사유!
이 책은 흥부가 처하는 가상적 상황을 설정하면서 우리가 살면서 대면하는 몇 가지 삶의 핵심 질문들을 논의한다. 우리는 선대인들의 지혜를 빌려서 우리 사회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재구성한다. 고전을 소급하여 인간 삶과 관련한 선대인들의 축적된 성찰 위에 우리의 사유를 추가해 인간 삶의 주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1장 흥부의 생태미학
2장 흥부의 생태정의론
3장 흥부의 프라이버시론
4장 흥부의 역사사죄론
5장 흥부의 포용론
‘흥부전’의 주인공인 착한 심성의 흥부는 주저함 없이 구렁이로부터 새끼 제비를 구하고자 나선다. 흥부의 이러한 선택이 올바른 것일까? 만약 흥부가 조금 더 진중한 사고를 한다면 흥부의 선택은 달라질까?
구렁이에게서 새끼 제비를 구할 때 흥부는 자의적인 미학적 기준에 의거하여 외모를 토대로 상이한 종들을 자신이 차별하는 것이 아닌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자신이 임의적으로 자연생태계에 관여하여 그 균형을 깨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웃이라고 여기는 제비 가족에 대한 특별한 유대감으로 인해 낯선 구렁이에 대한 차별적 태도를 자신이 취하는 것이 아닌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흥부의 새끼 제비 구하기는 과연 생태학적 정의론의 기준에 부합하는 진정한 선행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가? 구렁이가 스멀스멀 처마 밑 제비둥지로 다가갈 때 우리의 흥부는 구렁이를 쫓아내는 막대기를 집어 들기에 앞서 머리 아픈 철학적 사색을 회피할 수 없다. 흥부는 새끼 제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이것이 흥부의 딜레마이다.
‘흥부의 딜레마’는 우리 사회가 당연시하는 사고와 행동,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우리 사회의 지적 성장을 위한 정치사회적 및 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한다. 이들 질문은 생태 미학, 생태 정의, 프라이버시, 역사의 과오와 사죄, 분단과 포용 등 다섯 가지 주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1. 서문 및 출판사 서평
이 책은 흥부가 처하는 가상적 상황을 설정하면서 우리가 살면서 대면하는 몇 가지 삶의 핵심 질문들을 논의할 것이다.
책의 초반부는 미학적 편파성, 편협한 정의감, 생태학적 무지 등의 이슈를 논한다. 이 책은 미학과 생태학, 그리고 정의론의 주요 주제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지만, 이들 학문 분야의 체계적 고찰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 속에서 친숙했던 주제들을 재조명하면서 이들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지금껏 수용한 판단과 견해들이 과연 적절한지의 여부를 재질문하는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이 책은 집필되었다.
1장의 주제인 흥부의 생태미학은 흥부의 제비 구하기 사례를 분석하며 우리 사회가 담지하는 주관적 미학의 편파성을 논의한다. 2장에서는 흥부의 제비 구하기가 생태정의론의 시각에서 정의로운 행위로서의 기준을 적절히 충족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이 책의 후반부는 기존 흥부전의 줄거리에 가상적 상황을 추가로 설정하며, 현재 우리 사회가 대면하는 세 가지 논란 주제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다. 3장은 주변인의 사생활에 대해 병적일 만큼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형 놀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논의의 초점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음증과 관종 의식에 맞추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프라이버시의 위기 현상을 분석한다. 4장은 흥부의 선친 시절에 발생한 불의의 사건을 상정한 후, 이때 발생한 불의를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장의 주 관심사는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서도 부단히 언급되는 선대 조상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후대의 책무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이다. 우리는 정의론의 시각을 차용하여 해당 주제를 검토한다. 5장은 제비가 물어온 박씨로 인해 역전된 상황에 처한 흥부와 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적 관계를 흥부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지를 타진한다. 이 논의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남북 분단의 상황을 왜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진행한다.
이 책은 결코 단순하지 않고 그래서 논의가 쉽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주제의 성격상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고식적인 학술 논쟁은 피하고, 쉽고 일상적인 이야깃거리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론적인 논쟁은 최대한 회피하고자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전개상 불가피하게 간략한 이론적 소개가 필요한 부분들이 존재했음을 밝힌다.
흥부전은 대표적인 권선징악의 줄거리를 담고 있는 전래동화라고 할 수 있다. 무고한 약자를 사악한 강자로부터 구하고 지키는 것은 분명 대다수의 사회에서 칭송받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도덕적인 행위이자 사회정의의 원칙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흥부가 새끼 제비들을 구한 행위는 의심할 여지없는 선행이고 정의로운 행위일까? 흥부의 행위는 과연 도덕과 정의의 기본 정신을 논란의 여지없이 충족하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에 앞서 기존의 흥부전에 약간의 내용을 추가해 보자.
흥부는 새끼 제비를 구렁이로부터 구하듯이 새끼 지렁이를 제비로부터 구해야 할까? 연약한 새끼 제비가 구렁이의 먹이가 되는 것이 심히 안쓰러웠다면, 연약한 새끼 지렁이가 제비의 먹이가 되는 것 또한 흥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강자로부터 약자를 지키는 것이 흥부 선행의 요체였다면, 착한 흥부는 새끼 지렁이를 구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서 우리의 흥부는 벌레를 열심히 물어오는 어미 제비의 주둥이에서 벌레들을 구해내는 선행을 온종일 지속해야 할지 모른다.
귀여운 외모의 새끼 제비와는 달리 새끼 지렁이의 외모가 징그러웠기 때문일까? 만약 귀여운 외모 때문에 흥부가 새끼 제비는 구하고 징그러운 외모의 새끼 지렁이는 방치한 것이라면 흥부의 선행에는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연약한 새끼 지렁이가 제비의 먹이로 희생되는 것을 흥부가 외면한다면, 흥부는 강자로부터 약자를 구했다는 선행의 일관된 주인공이 되기 힘들다. 흥부는 자신의 미적 기준에 의거하여 귀여운 제비를 편애했고, 외모가 징그러운 지렁이나 구렁이에게는 차별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징그러운 외모의 지렁이는 귀여운 제비에게 희생되어도 괜찮고, 귀여운 제비는 징그러운 외모의 구렁이에게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고 흥부는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흥부가 새끼 제비와 새끼 지렁이를 차별하게 된 다른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까? 혹시 흥부는 자신의 집 처마 끝에 둥지를 튼 제비네 식구가 일면식도 없는 길바닥 지렁이보다 더 친숙하고 가족 같은 존재라고 인식했던 것일까? 흥부는 제비 가족을 자신의 초가집에 세 들어 사는 이웃으로 느껴서 이들에게 더 큰 호감과 유대감을 가졌던 것일까? 우리 사회의 일반적 정서상 알지 못하는 타인보다 가족과 친구 혹은 가까운 이웃에게 더 큰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는 것은 자연스런 인지상정의 결과일 수 있다.
2. 목차
들어가는 말 4
1장 흥부의 생태미학 • 15
수려한 외모 대 진정한 사랑 • 18 | 벨의 미모 • 19 | 외모 외에 모든 것을 가진 야수 • 21 | 미녀와 노틀남의 꼽추 • 22 | 멍청하긴! 문제는 통제변수야 • 24 | 요구르트와 변비 • 25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27 | “아름다움이 바로 좋음”이라는 명제 • 29 | 외모와 사회적 지위 • 31 | 자연 미인 대 성형 미인 • 33 | 여성과 어린이의 우선 구난 • 36 | 신사도의 위선 • 37 | 아름다움과 허영심 • 38 | 아담 스미스의 헛된 허영심 • 40 | 무협 영화의 역설 • 42 | 미학적 쾌락주의 • 44 | 기능적 미학 • 45 | 미(美)의 한자 어원 • 48 | 기능적 미학의 한계 • 49 | 단두대와 휴머니즘 • 51 | 파생적 기능성 • 53 | 황금비율과 피보나치 수열 • 55 | 피타고라스의 직각삼각형 • 59 | 인간 생존과 아름다움 • 60 | 아름다움의 상대성 • 62 | 인간 중심 생태미학 • 65 | 동물 선호의 기준 • 68 | 동물의 내적 아름다움 • 71 | 추한 동물 보호 사회 • 73 | 지렁이 젤리(Gummy Worm) • 75 | 오도된 생태미학 • 76 | 연지벌레와의 입맞춤 • 78
2장 흥부의 생태정의론 • 81
유나바머(Unabomber)의 테러 범죄 • 86 | 커친스키 형제 이야기 • 90 | 벌거 형제 이야기 • 92 | 친족의 처벌 면제 • 95 | 정의와 도덕의 문턱 • 100 | 외로운 생존자 • 102 | 공평성의 정의론 • 105 | 무지의 장막 • 107 | 미국 CEO들의 고연봉 • 110 | 최소극대화 원칙 • 112 | 공평성의 기준 • 114 | 인센티브의 논리 • 117 | 중국인의 착시 현상 • 120 | 요상한 미식축구 규칙 • 121 | 편법 사회의 성공 • 126 | 플라톤의 세 가지 인간 유형 • 127 | 고가의 핸드백 • 128 | 자동차 보험의 형평성 • 131 | 절차적 정의론의 공세 • 135 | 절차적 정의론의 한계 • 137 | 전 재산을 잃은 할머니 이야기 • 138 | 억울한 손실과 당연한 횡재 • 141 | 소크라테스의 정의론 • 143 | 그리스 신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비판 • 146 | 찰나의 삶과 영원한 천국 • 150 | 인간의 편의적 이중성 • 152 | 도덕복지제도 • 153 | 공평성과 생태주의 • 154 | 다양한 생태론 • 156 | 느슨한 대응 • 158 | 생태 채식주의자 • 160 | 잔인한 호기심 • 163 | 비극적 아름다움 • 164 |
강자의 생태 문화 • 166 | 종의 존속과 소멸 • 167 | 편의적 생태계 해석 • 168 | 고통을 느끼는 생선 • 170 | 늪에 빠진 버펄로 • 172 | 생태중립성과 흥부의 딜레마 • 174
3장 흥부의 프라이버시론 • 177
기게스의 반지 • 181 | 정의와 권력의 딜레마 • 183 | 반지 힘의 근원 • 186 | 제니퍼 링리 이야기 • 188 | 기술의 진보와 거리의 단축 • 190 | 상호연계된 사회 • 192 | 좁은 세계와 공간의 법칙 • 195 | 프라이버시의 두 얼굴 • 197 | 프라이버시 권리의 역사 • 199 | 프라이버시의 위축 • 203 | 사회적 인지도와 신분 상승 • 205 | 관종과 관음증 • 207 | 호기심과 오지랖 • 211 | CCTV의 역설 • 212 | 정보사회의 위험성 • 216 | 공권력의 프라이버시 침해 • 219 | 민간 시장의 정보력 • 221 | 31번째 권리 • 223 | 구글맵 논란 • 226 | 둔감한 사회 자각 • 227 | 사이버 친구의 환상 • 228 | 정보 사회의 반지 • 232
4장 흥부의 역사사죄론 • 235
센테니얼 • 238 | 카리브해의 비극 • 240 | 사과를 거부하는 가해국 • 242 | 일본의 사과 • 244 | 절차적 정의와 불의 • 245 | 일본의 보상 • 248 | 코레마추의 여자친구 • 249 | 행위 주체와 책임 소재 • 250 | 전세대의 과오, 후세대의 사과 • 252 | 도덕적 특수성 • 255 | 도덕적 개인주의자 • 257 | 편의적 개인주의자 • 259 | 공동체적 정체성과 책임감 • 260 | 과거의 불의는 시간으로 지워지는가? • 262 |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북한의 사과 • 265 | 민족주의의 배타성 • 266 | 스포츠 민족주의와 태극기 • 268 | 민족주의에 편승하는 자유주의 • 271 | 후대의 사과와 정의론 • 274
5장 흥부의 포용론 • 277
멜로스의 비극 • 281 | 호머의 아킬레스 • 283 | 현실주의적 한반도 환경 • 285 | 아버지의 휠체어 • 287 | 희한한 인간 열망과 의지 • 290 | 퇴조하는 통일지상주의 • 291 | 민족주의 통일 논리 • 293 | 다민족 국가의 성공 • 295 | 다문화사회로의 전이 • 297 | 자유주의 사회의 지향점 • 298 | 자유주의 사회 비판 • 303 | 다문화주의 비판 • 305 | 프랑스의 사례 • 308 | 한국의 다문화정책 • 311 | 열린 세계와 통일 한국의 긴장축 • 313 | 통일 편익론 • 315 | 통일 편익의 계량화 • 320 | 디즈레일리의 세 가지 거짓말 • 323 | 통일 편익론의 또 다른 문제 • 325 | 소가 된 게으름뱅이 • 327 | 분단 관리 교육 • 328 | 통일론의 재성찰 • 329 |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 332
에필로그 334
3. 본문 중에서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소설가 가브리엘 수잔 드 빌레뇌브(Gaꠓbrielle-Suzanne de Villeneuve)의 1740년도 저작으로, 월트 디즈니가 뒤늦게 만화영화로 제작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해진 작품이다. <미녀와 야수>는 제목부터가 다소는 비조화적이고 파격적이라는 느낌을 풍긴다. 우리는 통상 어여쁜 공주가 멋지고 잘생긴 왕자를 만나야 하는 전형적 동화의 줄거리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미녀와 추남 사이의 결합이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미녀와 추한 야수가 한 쌍으로 맺어지는 것에 대해 다소의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p.17 중에서)
기능적 미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18세기 영국 보수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에 의해서도 제기된다. 버크는 화려한 날개와 꼬리를 지녔지만 정작 날지 못하는 공작의 예를 제시하며, 기능성과 미의 연계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한다.16 그는 돼지의 물렁거리는 코나 쭉 삐져나온 입, 그리고 찢어진 눈은 땅을 파고 먹이를 찾는데 매우 유용한 기능성을 지니지만, 이들은 기능성과는 무관하게 미적으로 추하게 평가된다고 말한다.
유사한 취지에서 헤겔 역시 나무늘보는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느린 행동이라는 나름의 생존 기능성을 확보하지만, 이것은 비활동적으로 인식되어 미학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p.65 중에서)
자동차 보험의 형평성
공공장소에서 개인 재산권의 보호 범위에 대한 공평성의 논란을 초래하는 또 다른 사례는 자동차 보험이다. 미국 자동차 보험 정보원(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의 2017~2019년 통계에 따르면, 매년 자동차 접촉사고로 인해 촉발된 상대 자동차 피해의 보험청구율은 전체 보험가입 자동차의 7.2퍼센트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했을 때이고, 로스엔젤레스와 같은 번잡한 도시 지역의 경우 접촉사고로 인한 보험청구율은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2023년 말 조사된 포브스(Forbes Advisor) 통계에 따르면, 로스엔젤레스의 운전자는 매 5.8년마다 자동차 사고에 연루되어 자신의 보험사에 피해 보상을 청구한다. 미국 내에는 로스엔젤레스보다 보험청구 빈도가 더 높은 도시들도 있다. 볼티모어는 매 4.2년, 워싱턴 DC는 매 4.4년, 그리고 보스턴은 매 4.9년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을 청구하지 않거나 경찰에 보고되지 않은 자동차 사고를 포함시킬 경우 자동차 접촉사고율은 훨씬 더 높을 것임을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pp.131~132 중에서)
호기심과 오지랖
자유로운 정보 거래를 허용하는 정보사회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구매하며 즐기는 것은 자발적 개인 선택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혹자는 신세대들이 사생활의 보호 장벽이 낮아지는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갖기보다는 편안하게 적응하고 심지어 선호하는 삶의 취향을 갖는다고 말한다. 신세대들은 자신의 개인적 정보를 기꺼이 공개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이를 즐기는 삶의 속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일반화될 수 있는 주장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유주의 사회의 지향성에 견주어 보았을 때 이러한 삶의 추세가 잘못되었다고 결론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비판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깊은 연관성을 고려할 때 과도한 프라이버시의 포기는 결코 권장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pp.211~212 중에서)
흥부전의 가상적 상황 설정은 이 장에서도 계속된다. 제비가 물어온 박씨는 흥부와 놀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흥부는 부자이자 세도가로 부상하였고, 반면 놀부는 모든 재산을 잃고 마을의 볼품없는 가난뱅이로 추락하였다. 모든 것이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었지만, 아직 흥부와 놀부 사이에 변치 않는 부분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흥부에 대한 놀부의 질투와 적개심이었다. 놀부는 뒤바뀐 신세를 한탄하며 끊임없이 흥부를 질투하고 저주하였다. 흥부집에 불을 질러 흥부의 전 재산을 소실시키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흥부 역시 과거 놀부에게 받았던 멸시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인지, 놀부와의 화해보다는 자신이 이제는 놀부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애썼고, 다른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를 인정받으려 주력하였다. 형 놀부에게 승리했다는 자부심이 기실은 흥부가 박씨로부터 얻은 최고의 선물인 듯 보였다.
(p.279 중에서)
우리가 인간 삶을 논할 때 고전을 소급하는 이유는 인간 삶과 관련한 선대인들의 축적된 성찰 위에 우리의 사유를 추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선대인들이 특별히 우리보다 지혜로웠던 것은 아니고, 우리가 그들의 질문과 해답을 답습하고자 함도 아니다. 우리가 고전을 통해 얻는 것은 선대인들이 그들의 시대에 왜 그 같은 질문을 던졌는지를, 그리고 그 질문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찾았는지의 지혜를 구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선대인들의 지혜를 빌려서 우리 사회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재구성한다.
지난 수천 년간 그러했듯이, 질문의 재구성은 인간 삶과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지 모른다. 우리는 인간 삶의 주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지만, 삶의 주제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명확한 답변을 펼치지 않고 있다.
(pp.230~231 중에서)
4. 저자 소개
저자 장의관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립통일교육원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및 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전공분야인 정치이론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 저술이 있으며, 일반인을 위한 인문교양 저서로는 『생각하는 사회: 사회를 만나는 철학 강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