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베를린장벽길 산책 - 장벽길 160km 희망과 슬픔의 기록](백기철 저)
[책소개]
100여 점의 저자가 직접 찍은 현장 사진과 지도 자료가 자아내는,
고즈넉함과 처연함 그리고 평화로움은 읽는 이의 생각과 걸음을 한참 머물게 하며,
무언가 여행서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한국인이라면 빠져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는 한국적인 베를린 가이드!
품격 있는 베를린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36년 전 허물어진 베를린장벽 터를 따라 써 내려간 희망과 슬픔의 기록!
힙한 국제도시 베를린을 읽는 새로운 코드!
160km가 되는 베를린장벽길을 전부 걸어서 완주한 몇 안 되는 언론인,
그 경험을 기록한 글!
그의 글에는 장벽길 곳곳에 남아 있는 분단과 통일의 흔적을 둘러보는 한국 사람이 느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베를린장벽길의 이야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언젠가는 휴전선의 흔적을 따라 만들어진 올레길을 걸을 수 있는 날, 평화로운 한반도를 그리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큰 울림을 준다!
『베를린장벽길 산책』은 여행기, 답사기인 동시에 독일 통일과 분단에 대한 현장 고찰이기도 하다. 베를린장벽길을 걸으며 접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여러 흔적과 유산들이 우리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남북한이 함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조그마한 밑돌이라도 되기를 소망해 본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베를린을 떠날 즈음 트램을 타고 북동쪽 외곽의 허름한 동네를 지날 때였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 안에 베를린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한국에 가면 베를린이 제법 그리울 것 같다는 것을. 어딘지 어설프고 헝클어진 듯한 이 거리가 내겐 무척 정겹다는 것을. 한 많고 탈 많았던 우리네 세월처럼 베를린의 세월도 너무도 음침하고 짓눌리는 것이어서 오히려 애잔하다는 것을.
“서베를린 전체를 둘러쌌던 3m 높이의 장벽이 서 있던 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이 장벽길을 저는 ‘베를린 올레길’이라고 부릅니다. 여전히 분단을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한국인들에게 베를린장벽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의 글에는 장벽길 곳곳에 남아 있는 분단과 통일의 흔적을 둘러보는 한국 사람이 느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베를린장벽길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에게 언젠가는 휴전선의 흔적을 따라 만들어진 올레길을 걸을 날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이은정│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교수
“베를린은 도시가 가진 역사적 경험을 잊지 않으려 하는 도시다. 도시가 보여주는 성찰은 그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역설을 보여준다. 베를린장벽길은 베를린의 지난 역사와 현재를 이야기 해준다. 베를린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다. 베를린 곳곳에서 오버랩 되는 오늘 한반도 모습을 보며 분단을 극복할 미래를 상상하는 건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하승창│노무현재단 상임이사 겸 노무현시민센터장
1. 서문 및 서평
2023년 봄부터 여름 사이 베를린장벽길을 걸었다.
독일 통일을 연구하기 위해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에 몸담았다. 그 와중에 우연찮게 베를린장벽길을 접했다. 재미 삼아 두어 코스 걸어보겠다고 시작했는데 결국 14개 코스를 모두 걸었다. 전체 길이 160km, 400리에 해당한다. 주말을 이용해 한 코스 정도씩 걷다가 나중에 속도가 붙자 일주일에 두세 코스를 걷기도 했다.
동, 서독 분단 시절 베를린을 동, 서로 갈랐던 베를린장벽에 대해선 많이 들었지만 베를린장벽길이 있다는 건 독일에 가서야 알았다. 분단 시절 서베를린은 동독 영토 내에 섬처럼 존재했다. 베를린장벽은 이 서베를린을 빙 둘러싸 설치됐다. 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영국·프랑스·소련 4개 연합국이 독일 땅을 동, 서로 분할 점령했고, 다시 소련 영역 안에 있던 베를린을 네 구역으로 나누어 점령했다. 수도 베를린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서베를린은 미·영·프 3개국이 점령한 땅이고, 동베를린은 소련이 점령한 땅이었다. 냉전이 격화하면서 동, 서독이 철의 장막으로 막히고, 동, 서베를린 사이에는 장벽이 세워졌다.
베를린장벽길은 분단 시절 세워졌던 베를린장벽을 따라 걷는 길이다. 장벽길이라고 하지만 실제 장벽을 따라 걷는 길은 많지 않다. 1961년 8월 동독 당국이 기습 설치한 베를린장벽은 1989년 11월 붕괴할 때까지 28년 존속했다. 1990년 독일 통일 직후 장벽은 대부분 헐렸다. 2000년대 초반 과거 분단 역사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예전 장벽이 있던 곳을 따라 베를린장벽길을 만들었다. 베를린장벽길은 분단 시절 동독 국경수비대가 장벽을 경비하기 위해 만들었던 국경 순찰로를 따라 이어진다. 도심 구간의 경우 주택·건물이 들어서고 공원이 생겼고 외곽 구간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베를린장벽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다르게 다가왔다. 장벽길을 걸으며 장벽으로 나뉘었던 시절과 이후 시절의 변화를 어렴풋이나마 2025년은 독일 통일 3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짐작할 수 있었다. 도심의 한복판을 가르고 지나간 장벽의 폭력성과, 그 야만을 껴안고 살았던 베를린 시민들의 아픔과 용기를 떠올렸다. 군데군데 띄엄띄엄 찾던 베를린의 여러 역사 현장이 장벽이라는 한 코드로 묶여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연결됐다.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부러웠던 건 동서로 갈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3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장벽이 오솔길이 되고 공원이 되고 주택가 도로가 되어 베를린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든 현실이었
다. 베를린장벽길을 걷는 내내 우리 분단 현실을 떠올렸다.
베를린장벽길은 단지 역사의 아픔과 축복만을 간직하고 있는 건 아니다. 장벽길을 따라 숲과 들판, 호수와 강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향연이 펼쳐진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어둠의 길이면서도 동시에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빛의 길이기도 하다. 걷는 내내 역사의 상흔과 빛나는 자연이 뒤섞여 잔잔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장벽길을 걸었던 순서대로 기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처음 걷기 시작했던 코스이자 시내 루트의 핵심 코스 중 하나인 노르트반호프~포츠다머플라츠 코스에서부터 기록하게 됐다. 시내 루트 6개 코스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노르트반호프~포츠다머플라츠 코스가 실제 걷기의 출발점이자 서술의 시작이기도 하다. 1부에는 시내 루트 6개 코스를 담았고, 2부는 남쪽 루트 3개 코스, 3부는 서쪽 루트 5개 코스를 담았다.
베를린의 올레길-베를린장벽길
40년이라는 분단의 역사는 독일 민족의 역사 전체를 보면 분명히 짧은 기간이었지만, 분단된 체제를 견디며 살아야만 했던 동시대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분단은 독일의 많은 곳에 지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뚜렷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베를린장벽길”이라고 불리는 베를린 장벽의 흔적도 그런 흔적 중에 하나입니다. 서베를린 전체를 둘러쌌던 3m 높이의 장벽이 서 있던 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이 장벽길을 저는 베를린 올레길이라고 부릅니다.
분단 시기 서베를린은 동독 지역 한 가운데 외롭게 떠 있는 섬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1961년부터는 도시 전체가 높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하나의 감옥과 같았던 서베를린에서 분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았던 사람들에게 베를린장벽이 사라졌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휴전선이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베를린장벽길은 그런 암담했던 날들의 기억을 품고 있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저자는 160km가 되는 베를린장벽길을 전부 걸어서 완주한 몇 안 되는 언론인일 것입니다. 그 경험을 기록한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그의 글에는 장벽길 곳곳에 남아 있는 분단과 통일의 흔적을 둘러보는 한국 사람이 느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분단과 냉전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이 더욱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2. 목차
추천사 베를린의 올레길 - 베를린장벽길_이은정 • 4
책 머리에 _백기철 • 7
베를린장벽길이란 • 12
1부 베를린장벽길 시내 루트•23
1. 공원 산책길 옆 두 줄 벽돌길 • 25
: 노르트반호프~포츠다머플라츠
2. 체크포인트찰리 박물관의 북한 코너 • 52
: 포츠다머플라츠~바르샤우어슈트라세
3. 6인 추모비로 시작하는 황홀한 산책길 • 78
: 바르샤우어슈트라세~쇠네바이데
4. 죽음의 도시를 극복하려는 몸짓들 • 100
: 쇠네바이데~쇠네펠트
5. 말이 뛰노는 전원마을 • 118
: 헤르스도르프~볼란크슈트라세
6. 장벽 공원, 장벽 기념관 • 139
: 볼란크슈트라세~노르트반호프
2부 베를린장벽길 남쪽 루트•155
7. 쓰레기 트럭을 위해 뚫린 구멍 • 157
: 쇠네펠트~리히텐라데
8. 마리엔펠데 수용소의 난민들 • 170
: 리히텐라데~리히터펠데쥐트
9. 장벽길에 묻힌 빌리 브란트 • 187
: 리히터펠데쥐트~그리브니츠제
3부 베를린장벽길 서쪽 루트•213
10. 스파이 다리 위의 장벽길 • 215
: 그리브니츠제~반제
11. 장벽 위로 누운 교회 • 233
: 반제~슈타켄
12. 슈판다우숲의 마르크스 명상정원 • 252
: 슈타켄~헤니히스도르프
13. 희생자에게 총을 쏜 병사에 대한 심판 • 266
: 헤니히스도르프~호헨노이엔도르프
14. 필사의 터널 탈출이 이뤄진 집 • 280
: 호헨노이엔도르프~헤르스도르프
에필로그 노르트반호프역에서 대광리역으로 • 297
참고문헌 • 302
3. 본문 중에서
노르트반호프 공원은 베를린 도심 미테 지역의 조그만 공원이다. 주말 오후인데도 공원은 한산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이들과 노인들 몇몇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5월의 햇살이 따사로이 공원을 비춘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사이로 풀밭과 산책길이 이어진다.
휴대전화에 띄운 베를린장벽길 구글맵 표시를 따라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소공원이다. 공원 가운데로 난 소로를 따라 걸었다. 길 한쪽 너른 풀밭으로 어린이놀이터가 보인다. 베를린장벽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내가 걷는 길과 지도의 장벽길 표시가 미세하게 차이 난다.
(p.25 중에서)
제주 올레길이 그렇듯 길을 걷는 게 항상 즐거운 건 아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밋밋한 도로변, 주택 밀집 지역, 비닐하우스촌 등 무미건조한 길도 많다. 참고 걸으면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풍경과 조우한다. 그래서 더욱 그 풍광이 반갑고 소중하다. 베를린장벽길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한 길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럴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으슥한 길을 나 홀로 걷다가 약간 무서워질 때쯤 수려한 풍광과 불쑥 마주친다. 이런 게 길을 걷는 묘미다.
힘들게 타박타박 걷다 보니 어느덧 하이데캄프 주립공원 입구다. 초입의 키프홀츠슈트라세에는 특이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두 개의 회색 시멘트로 된 조각물이다. 장벽을 형상화한 듯 직사각형 모양의 조각이 하나 서 있다. 바로 옆으로 위가 비스듬히 잘린 다른 벽 조각이 맞닿아 있다.
(p.87 중에서)
평일 오후 수용소는 두어 무리의 노년층 방문객들이 있을 뿐 비교적 한산했다. 단체관광을 온 듯했다. 고색창연한 막사 건물엔 동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 10여 동은 된다. 덧칠한 흔적이 있는 회반죽 벽은 노랗게 변색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막사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나치 시절의 삭막했을 풍경을 제대로 알 길은 없다.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막사 안에는 당시 기록과 사진,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수용됐던 노동자들 얼굴 사진과 신분증 같은 자료들도 보인다. 수용소 최초의 건물 중 하나였던 13번 막사에는 이탈리아군 포로와 민간인 노동자들이 수용됐다. 그 막사 지하에는 이름과 날짜를 휘갈겨 쓴 낙서들이 새겨져 있다. 그중 하나는 ‘21-3-45, PASATO’라고 적혀 있다. 이탈리아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종전을 앞둔 1945년 3월21일에 적어 놓은 것이다.
이곳에는 1944년 6월 폴란드와 체코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입소해 막사 경비병과 노동자로 일했다. 같은 해 11월 이탈리아군 포로 435명이 들어왔고 이중 99명은 건설 현장에서 일해야 했다. 1945년 1월 서유럽과 동유럽에서 온 250명이 수용돼 주변 무기공장에서 일했다. 같은 해 2월 다른 수용소에서 약 200명을 이송해 받았고 이중 폴란드 출신 여성들은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일했다.
(pp.102~103 중에서)
틸케로더베그 주택가 끝은 101번 도로와 맞닿아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다. 건널목을 건너면 다시 들판 길이다. 들판 길 초입에 장벽길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인근 ‘마리엔펠데 난민센터 기념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마리엔펠데 난민센터는 동, 서독 분단 이후 동독으로부터 유입된 탈출자,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0년 독일 통일 때까지 모두 135만 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1949년 동, 서독 땅에 각각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선 이래 독일이 통일된 1990년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온 사람은 모두 4백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동독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그 4백만 명의 4분의 1 이상이 마리엔펠데 난민센터를 거쳐 서독으로 들어왔다.
(p.173 중에서)
파크브뤼케 아래로는 조정이나 카누를 타는 이들이 간혹 지나간다. 물길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다리를 건너니 다리 왼편 아래쪽 길에 장벽길 안내판이 서 있다. 이 지역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숨진 5명을 기리는 표식이다. 그들 중에는 장벽을 탈출하려다 발각되자 총격전 끝에 숨진 호르스트 쾨르너와 동독 군인 롤프 헤니거의 사진도 있다. 둘 모두 한창 때의 젊은이다.
클라인글리니케에는 예전 독일 황제의 사냥터 거처로 사용된 야크트슐로스 글리니케가 있다. 예전의 사냥용 별장은 이제는 청소년들을 위한 모임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p.219 중에서)
헤니히스도르프 철강공장 노동자 1만 2천여 명은 당시 27km를 행진해 동베를린 도심의 노동자 파업에 합류했다. 감시탑 안내판에는 이 지역 노동자들의 행진 사진이 담겨 있다. 노동자 봉기 당시에는 베를린장벽이 생기기 이전이어서 베를린 북서쪽 외곽의 헤니히스도르프 지역 노동자들이 서베를린을 통과해 동베를린 도심으로 행진할 수 있었다. 1953년 6월17일 새벽 ‘철강 노동자들의 행진’은 서베를린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서베를린의 라이니켄도르프와 베딩 지역을 통과해 동베를린 도심으로 들어갔다. 이 행진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서베를린 주민들이 직접 지켜본 거의 유일한 동독 인민들의 항거 모습이었다.
(pp.262~263 중에서)
베를린장벽길과 DMZ 평화의 길이 다르듯 독일과 우리의 분단도 다르다. 나라의 분단이란 본질은 같지만 그 양태와 고통의 폭과 깊이는 많이 다르다. 독일의 길이 아니라 우리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다. 독일 통일의 핵심을 직시해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 베를린 도심 노르트반호프 역과 경기도 연천 DMZ 인근 대광리역이 다르듯이. 차탄천 천변길을 걷다 어디론가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떼를 봤다. 저 새들은 자유로이 북녘땅을 넘나들 거란 생각을 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붕괴한 뒤 장벽을 넘나들며 살던 토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장벽을 부수고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저 새들만 오갈 뿐 사람의 길은 더 좁아지고 아예 끊기고 있다. 통일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오가고 동물들도 온전히 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노르트반호프 역에서 처음 베를린장벽길 걷기를 시작했다. 이제 대광리역에서 그 철길이 이어질 때까지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pp.301~302 중에서)
4. 저자 소개
저자 백기철
전 신문기자.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국제부장, 편집인을 지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편집국장으로서 취재, 보도를 진두지휘했다. 2023년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방문학자로 베를린에 체류했다. 남북한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국가 비전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 이 책 『베를린장벽길 산책』도 그 연장선 위에서 쓴 베를린 현지 답사기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김대중 집권 비사』(공저, 1998)가 있다. 베를린에서 돌아온 뒤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전문경력객원교수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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