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동아시아적 사상과 문학: 타자의 시선에 의한 해독](박은희 이문철 공저)
이 책은 다변화된 동아시아 세계에서 인간의 존재와 역할의 상실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을 유학에서 찾고자 하였다. 또한 동아시아적 시야를 확보한 김사량, 유미리, 남철심 등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탈경계적인 사유방식과 생활체험을 동반한다.
이 책에서 거론한 이들의 문학 텍스트는 해외 한국문학의 한 부분이고 소중한 학문적 가치가 있는 자료이다. 문학이 단지 작가의 목소리를 전파하는 기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텍스트의 목소리와 그것을 비평적으로 검토하는 시선의 관계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유학의 현대적 의의를 통해 본 동아시아 사상의 '발견'과 '이해', 김사량, 유미리, 남철심 등 작가의 탈경계적 작품활동을 통해 본 동아시아 문학의 해독, 타자의 연구시각에 기초한 동아시아적 사유는 어떤 것일까?
동아시아론을 넘어 동아시아학으로, 동아시아적 시각을 넘어 동아시아적 지평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시각은 부단히 진화하고 있다. 동아시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학문적 시도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지만 동아시아 인식의 체계화는 현재 진행중에 있다. 시대와 지역, 연구자와 연구시각에 따라 동아시아 담론은 구축과 탈구축, 재구축의 과정을 반복하여왔다.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글은 타자의 시선에 기초한 동아시아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방사상과 서양철학, 전통사상과 현대사상, 글로벌사상과 지방사상, 이는 서로 대립하거나 배척하는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적인 문제, 즉 인류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테마를 둘러싸고 상호 흡수, 동화, 융합, 변천의 과정을 거쳐왔다. 유교의 다원주의적 가치관과 역사 경험은 글로벌시대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
1. 서문 및 서평
‘동아시아’ 개념의 변천과 학술적 원용형태를 보면 단순히 지리상의 분류를 위한 용어로 사용되었던 적은 드물었고 주로 각국 역사, 정치적 흐름을 반영하는 사상적 표상으로 사용되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동아시아’라는 개념이 서구적 서사 체계와 문명 우월론에 대한 대응과 저항으로 논의되었지만 그 후로는 주로 자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사용되어왔다. 이 책이 주목한 동아시아적 시선이란 현존하는 동아시아적 질서와 위계적 구도를 인지하고 그 다양한 층위들의 복합 구조의 다변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에게 있어서 동아시아적 시각이 필요한 것인지, 혹여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동아시아적 시각의 충돌을 어떤 방식으로 완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라는 개념의 제기와 그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담론을 기존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대응 혹은 저항으로 보았을 때, 지리적 또는 역사적 문화권인 ‘동아시아’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시야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각각의 ‘지역’들을 가장 중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부단히 진행되고 있는 ‘동아시아’에 대한 다원적 담론은 어떠한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역사가 흘러왔으며, 앞으로 어떠한 동아시아적 지역 표상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아진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동아시아적 사상과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글 열 편을 다듬어 묶어보았다.
2015년에 졸저 『내재적 비평과 텍스트 읽기』를 출간한 이후 6년 만에 논고를 또 한 권 출간한다. 그간 동아시아적 사상과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논문 열편을 다듬어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하면서 이 책의 문제의식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보았다.
동아시아에 대한 학계의 학문적 관심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동아시아론을 넘어 동아시아학으로, 동아시아적 시각을 넘어 동아시아적 지평으로, 이는 몇 해 전부터 학계에서 흔히 거론되고 있는 연구범주 혹은 연구시각이다. 동아시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학문적 시도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지만 동아시아 인식의 체계화는 현재 진행중에 있다. 물론 시대와 지역, 연구자와 연구시야에 따라 동아시아담론은 구축과 탈구축, 재구축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논문은 타자의 시선에 기초한 동아시아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스스로 타자임을 인지하고 타자의 연구시야를 확보하려고 한다. 따라서 열편의 논문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자의 시선으로 철학과 문학에 대해 사유하고 고민한 흔적들이다. 동아시아적 사상이 다양성과 중첩성,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면 동아시아적 시야를 확보한 작가들의 텍스트 역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김사량, 유미리, 남철심 등 본고에서 다룬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탈경계적인 사유방식과 생활체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민족과 국적을 넘어선 인간이 마주한 보편적 차원의 고뇌와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의 존재방식 혹은 생존양식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3. 목차
| 머리말 | 4
Ⅰ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보는 유학의 현대적 계승의 의미
1. 동아시아적 시각이란 무엇인가 _15
2. 유학의 다변적 해석과 중국학계의 담론 _22
3. 동아시아 사회와 유학의 현대적 계승 _29
4. 나오며 _39
참고문헌 _350
Ⅱ 유가 사상과 주체사상의 관계론적 의미: ‘인간’과 ‘인민’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_49
2. 유가 사상과 주체사상에서 보여진 ‘인간’과 ‘인민’의 관계론적 의미 _56
3. 주체사상의 다원적 해석과 그 한계성 _66
4. 나오며 _73
참고문헌 _353
Ⅲ 동아시아 근대화론과 근대성론의 차이: 김사량 텍스트의 다시 읽기
1. 식민지에 의한 ‘근대화’와 ‘근대성’의 담론 _79
2. 김사량 문학과 식민지성의 중층성 _85
3. ‘민족의 것’과 ‘새로운 것’ _94
4. 나오며 _102
참고문헌 _353
Ⅳ 남철심 시 텍스트에 나타난 타자성
1. 들어가며 _109
2. 시적 언어의 울림: ‘대화’와 ‘소리’ _111
3. 소외된 타자에 대한 시선 _120
4. 죽음과 삶의 상징계 _130
5. 나오며 _137
참고문헌 _354
Ⅴ 심리주의 비평으로 보는 타자의 소설 세계
1. 들어가며 _145
2. 욕망 1: 꿈과 상상의 경계 _147
3. 욕망 2: 모방과 본능의 경계 _158
4. 욕망 3: 페르소나와 마음의 경계 _169
5. 나오며 _177
참고문헌 _355
Ⅵ 유미리 소설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에 나타난 타자성
1. 들어가며 _185
2. 공간 서사: 이동과 추방 _190
3. 기억의 재구성: 상기와 치유 _199
4. 나오며 _211
참고문헌 _356
Ⅶ 문학적 담론과 텍스트 읽기: 작가와 비평가의 존재론적 통합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_219
2. 자아에 의한 비평적 실천의 의미 _225
3. 텍스트 공간과 아크로니 _229
4. 침묵과 시간의 사이 _240
5. 나오며 _249
참고문헌 _356
Ⅷ 인문주의적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사고: 하나의 시론(試論)
1. 들어가며 _255
2. ‘중국 조선족’은 누구인가? _258
3. ‘이방인: 중국 조선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두 가지 시선 _266
4. 인문주의적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시론(試論) _273
5. 나오며 _280
Ⅸ 민족정체성에 대한 학문적 인지와 타자의 시선
1. 들어가며 _287
2. 민족정체성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 _291
3. 민족정체성의 분류와 그에 대한 타자의 시선 _295
4. 공존을 향한 경계인의 학문적 인지 _307
5. 나오며 _311
참고문헌 _357
Ⅹ 독도 문제에 관한 중국 학자의 연구 동향
1. 들어가며 _319
2. 독도 문제에 관한 국제 여론의 중요성 _324
3. 중국 학자의 독도연구 _329
5. 나오며 _346
참고문헌 _357
4. 본문 중에서
동아시아 사회 전반에 걸친 연구에서 유학에 관한 이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유학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접근과 통합적 방법론의 모색은 동아시아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연구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동아시아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은 아주 뜨겁다. 한반도의 정세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현황에서 동아시아를 정확히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학의 다변적 해석에 관한 연구는 동아시아학 연구자들에게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하나의 사상을 특정한 시대의 요구나 편의성에 따라 임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유학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아가면서 필요로 한 동아시아적 복잡한 요소들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보편적 가치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유학에 대하여 다시금 짚어보는 것은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철학, 사학 등 무한의 영역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실현됨으로써 공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변화된 동아시아 세계에서 인간의 존재와 역할의 상실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을 유학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pp.13~14 중에서)
《태백산맥》은 꿈에 그리던 ‘신천지(新天地)’에 이른 이백명의 화전민들이 윤천일을 둘러싸고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주변의 산봉우리를 가르키면서 ‘아리랑 고개’라고 부르고는 숨을 거둔 윤천일의 마지막 모습이 아주 인상 깊다. 미완성작임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마무리의 가능성도 고민해보겠지만 기존의 결말에만 치중해 본다면 마지막까지 “신천지” 개척의 꿈을 접지 않은 윤천일에게 ‘새로운 땅’은 어디였을까. 그에게 있어서 ‘새로움’이란 네오스(neos)였을까 아니면 카이노스(kainos)였을까. 이 해독의 구별은 김사량 문학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도 큰 작용을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윤천일이 마지막까지 꿈꾸던 신천지를 네오스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끝까지 고유의 것을 지켜내려고 했던 주인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피지배민족의 작가로서 쓰는 행위에 대한 자유를 빼앗기고 일제의 통제, 검열 밑에서 우회적인 글쓰기만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제한을 감안하면 김사량이 그린 ‘새로운 땅’, 즉 신천지를 꿈꾸는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민족의 것을 지키려고 한 민족주의자로 비춰진다.
(p.98 중에서)
박은희의 소설 <네 번째 맞선>을 보기로 하자. 문학 텍스트는 작가의 무의식을 그 바탕으로 한다. 창작 과정에 있어서 작가의 자아는 무의식의 무질서를 질서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초자아는 그 질서에 도덕적,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동시에 작가의 자아는 텍스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흐름, 변화, 감각적 체험, 정서적 충동 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네 번째 맞선>은 작가의 개성을 보다 뚜렷하게 나타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p.169 중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중국 조선족’, ‘재중동포’, ‘코리안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한인’,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 ‘100% 조선족’, ‘조선족공동체’ 등 ‘우리’를 지칭하는 대명사는 그 외에도 많다. 그 중 ‘100% 조선족’과 ‘조선족공동체’ 개념은 관계의 내재성(internality)으로 성립이 가능한 개념이고, ‘중국 조선족’, ‘재중동포’, ‘코리안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한인’,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 등 개념은 관계의 외재성(externality)으로 성립이 가능한 개념이다. 계보학 혹은 발생론적 입장에서 보면 관계의 외재성은 관계의 내재성에 선행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 대한 부동한 지칭명사는 명명자(the author)가 대상에 이름을 지어 붙일 때 주목한 관계가 내재적인가 아니면 외재적인가에 의해 서로 다른 기호로 표기되었을 뿐이다. ‘중국 조선족’, 이 개념의 본질이나 의미 등은 모두 관계의 내재성을 전제하고 있다. 동시에 관계의 외재성이 타자에 의해 결정되면 관계의 내재성은 변화를 감지한다. 혹은 타자가 도입되는 순간, 그래서 관계의 외재성이 분명해지는 순간, 관계의 내재성은 일종의 ‘구성’ 혹은 ‘신화’라는 사실이 폭로된다.
(p.256 중에서)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이를 폐기하고 필요할 경우 힘을 쓴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필리핀과의 스카버러섬 영유권 갈등 당시, 《인민일보》는 “참고 참아서 해결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하여 무력사용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보면, 이 논문은 영토문제를 무력이 아니라, 평화적인 외교정책으로 해결하는 편이 양국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논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논쟁보다는 공동이익을 위한 개발을 추진하는 편이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 살펴본 결과, 독도영유권 귀속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주홍병 등 일부 학자들의 논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논문은 독도영유권에 대해 국제법상 한국이 일본보다 우월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독도 관련 중국학자들의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어떤 자료를 통하여 독도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러 논문에서 인용된 문헌들을 보면 독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자료와 영향력이 크고 인용 빈도가 높은 연구 자료를 가려낼 수 있다. 이 문제는 향후 추가 분석이 필요한 연구과제로 남긴다.
(pp.344~345 중에서)
4. 저자 소개
박은희 朴銀姬
1978년 중국 용정에서 태어나 일본 치바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과학연구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현재 중국 노동대학교(鲁东大学) 문학원(文学院) 교수이자 동북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동북아유교연구총서』 주편으로 있다. 저서로 『김사량문학연구』(2014), 『내재적 비평과 텍스트 읽기』(2015), 『동아시아 유학과 인문학』(2019), 역서로 『20세기 중국민족문제』(2018) 등이 있다. 그 외 수십 편의 동아시아 사상문화 및 문학 관련 논문이 있다.
이문철 李文哲
1979년 중국 연길에서 태어나 일본 치바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과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현재 중국 연변대학교(延边大学) 조한문학원(朝汉文学院)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연변 주류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 효과』(2015), 『내재적 비평과 텍스트 읽기』(2015), 역서로 『농민공 사회정책에 대한 국가조정연구』(2019) 등이 있다. 그 외 수십 편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및 미디어 관련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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