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가슴으로 시 읽기: 멈춤과 깨어있음의 미학](이강선 지음)
[책소개]
『시명상: 가슴으로 시 읽기–멈춤과 깨어있음의 미학』은 단지 시를 감상하고 명상을 안내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고통과 치유, 동일시와 자각, 언어와 침묵이 맞닿는 경계 위에서, 우리 존재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치유의 책’이다. 이강선 저자는 시와 명상이 만나는 그 길목에서, 언어와 감정, 기억과 몸의 반응이 어떻게 서로를 일깨우고 해체하며, 결국 평온에 이르게 하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시명상』은 언어로 쓰인 책이지만, 침묵을 가리킨다. 감정을 다루지만,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은 일상에서, 감정에서, 기억에서, 언어에서 시작하지만, 그 모든 것을 벗어나 자각의 자리로 이끄는 다리가 되어 준다.
시와 명상이 서로를 비추며, 독자로 하여금 자기 존재의 고통과 집착을 알아차리게 하고, 결국에는 근본자각의 평온에 이르도록 한다.
“모든 인연은 근본자각의 나툼이다. 시와 명상, 이 두 인연을 따라 당신의 평온을 회복하라.”
이 책을 손에 쥔 모든 이들이, 그 길 위에서 한걸음씩 자각의 평온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그저 살아내느라 바빴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적은 돈으로 살림을 꾸려가느라 허덕였지요. 돌아보면 부모님께 참으로 죄송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여행도 못 보내드렸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자전거 사주기도 버거웠습니다. 그 흔한 과외 한번 시켜준 적이 없었습니다. 암을 앓으면서 비로소 자신을 얼마나 몰아부쳤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몰아부침은 그저 표피적인 결과에 눈이 어두워서임을, 진정한 내 모습을 부끄러워했기에 비롯한 일임도 깨달았습니다.
그 세계를 다시 만났습니다.
요양원에 머물던 여름날, 무덤가에서 들꽃을 발견하고 엎드려 카메라를 들이댄 순간, 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강가 갈대밭에 나갔다가 부분 일식으로 세상이 온통 컴컴해진 때, 그 세계가 다시 왔습니다. 낯설지만 이 세상에 있는 세계, 그리하여 새로운 눈으로 삶을 바라보도록 하는 세계였습니다. 시가 그 낯선 세상으로 데려갔다면, 그 안에 있는 평온함과 힘을 찾아내도록 한 것은 명상이었습니다. 아니 시와 더불어 온 시 안의 명상이었습니다. 천천히 시를 읽고 느낌을 더듬어 표현하고 그리고 다시 그 시어들을 되뇌면서 그 안의 나와 시인을 만났습니다. 그 안의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가슴은 가장 근본적인 나침반입니다.
지금은 쉬어야 한다고 속삭이거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고 혹은 한걸음 내딛어야 한다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기대를 중요시하고 다른 이의 시선을 받아들이느라 바쁜 나머지 그 소리를 놓칩니다. 때로는 나의 그 목소리를 나약한 것으로 여기고 말지요. 휴식이 필요할 때 자신을 몰아붙이고, 위로가 필요할 때 자신을 깎아내리며 현실을 이유로 한걸음 물러서거나 그 자리에 멈춥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나의 모습을 형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어가 말하는 세계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마음 골짜기 안에 있지요. 한 켠에는 죽음으로 가며 서로 밀쳐대는 골짜기가, 다른 한 켠에는 햇살 가득한 골짜기가, 여전히 어둠으로 가득한 골짜기가 기다리고 있지요. 그래서 페르시아 시인 루미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와 명상이 함께 하는 그곳으로. 굽이굽이 삶을 넘어가는 마음 골짜기에는 그림자가 많지만 그런 만큼 빛도 환합니다. 그곳에는 나라는 존재 자체의 울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혼돈으로 가득한 구름 속을 걷되 나다움을 찾는 시간이 있습니다. 세상의 가치관을 받아들이지만, 결코 내 것으로는 삼지 않는 지향점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나선형을 그리면서 다음을 향하는 끊임없는 진전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를 초월하는 나를 만나는 그 세계가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1. 서문 및 서평
[추천의 글]
시명상은 놀라운 원고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시를 읽었고, 시를 좋아하면서 시와 함께 해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선생님의 원고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정말 시를 사랑했는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빠르게 한 번 읽었지만 다시 찬찬히 반복해 읽으면서, 시명상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읽을 생각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책을 출판되기도 전에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김재성, 『미로, 길의 인문학』 저자・시인, 동명공단부이사장>
시는 삶과 자연이 품고있는 의미를 가장 적절한 의미로 전달해주고 있어서 시를 읽으면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이강선 교수님은 그런 좋은 시들을 골라서 마음챙김 하여 시명상을 하고, 그 느낌과 의미를 전달하는 글을 씁니다. 글들은 마치 산문시 같아서 아름답지만 명쾌합니다. 그런 글들을 모아서 『가슴으로 시 읽기: 멈춤과 깨어있음의 미학』이란 책을 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명상에서 하나의 독특한 장르를 열었습니다.
- <윤종모, 『치유명상 5단계』 저자・전 성공회 주교>
명상이 비언어적이고 무심한 고요 속으로 이끈다면, 시 읽기는 언어와 감성을 통해 고요를 깨운다. 저자는 이 복잡한 시대, 마음의 쉼과 활력을 얻고 싶지만 명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시명상’이라는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안내한다. 시를 통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보기’, ‘초심자의 마음’, ‘수용’, ‘연민’, ‘통찰’ 등 명상의 핵심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저자의 문학적, 철학적 깊이와 오랜 명상 내공이 어우러져 독자를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피안, ‘깨어 있는 감성의 세계’로 인도한다.
- <함영준, 『우울탈출법』 저자・마음건강 길 대표>
[추천의 글] - 금강 스님, <『챗 지피티와 스님의 대화』 저자・시낭송가>
시와 명상이 만나는 자각의 길목에서 – 『시명상: 가슴으로 시 읽기』를 읽고
동일시의 착각과 인연의 실상
삶의 고통은 대부분 동일시의 착각에서 비롯된다. 몸과 마음, 감정과 기억, 심지어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존재조차도 실체가 아닌 인연화합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인연의 흐름 속에서 ‘고정된 나’를 상정하고, 그 ‘나’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이 고정된 동일시가 곧 고(苦)의 시작이며, 그것이 반복될 때 우리는 무명(無明)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명상』은 바로 이러한 동일시의 패턴을 다정히 마주하게 한다.
시를 읽는 순간, 그 시어들이 불러오는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저자는 그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으로 전환시킨다. 시는 감정의 흐름을 언어로 불러오고, 명상은 그 언어를 가만히 바라보는 침묵으로 감싸 안는다. 이 두 작용은 결국 동일시의 환상을 드러내고, ‘모든 것은 인연화합의 드러남’이라는 실상을 자각하게 만든다.
시와 명상의 상호작용 – 감정의 객관화에서 자각으로
시명상이란 말 그대로, 시를 통해 명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를 분석하거나 감상하는 일이 아니다. 시는 곧 ‘나의 감정’을 되비추는 거울이 되고, 명상은 그 거울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앎이다. 시를 읽으며 무심히 스쳐갔던 기억, 잊었다고 믿었던 상처, 사무치던 그리움이 떠오를 때, 우리는 그 감정들을 다시 동일시할 수도 있고, 혹은 그것들을 인연 따라 떠오른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때 명상은 두 번째 길을 열어 준다.
명상의 핵심은 ‘멈춤과 깨어있음’이다. 멈춘다는 것은 동일시의 흐름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이고, 깨어있음이란 그 흐름을 ‘앎’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시명상은 그 둘을 통합한다. 시의 언어는 감정을 드러내고, 명상의 태도는 그 감정을 붙들지 않고 지나가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꾸만 ‘나’라고 착각했던 내면의 이야기들을 놓아주고, 인연화합의 드러남을 ‘그대로’ 알아차리는 자각으로 나아가게 된다.
근본자각의 가능성과 한계 – 시명상에서의 수행
『시명상』은 시와 명상이 가진 본질적인 가능성을 충실히 다루면서도, 그 한계를 정확히 짚어낸다. 언어는 근본자각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또 다른 동일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감정은 자각의 계기일 수 있으나, 다시 빠져들면 고통의 소용돌이가 된다. 이 책은 시명상이 그 경계에 서 있음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명상은 수행의 훌륭한 통로가 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감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게 하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슬픔’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시를 통해 ‘아련함’, ‘애틋함’, ‘버려진 느낌’ 같은 구체적 감정으로 드러나고,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때 ‘감정의 자각’과 ‘감정의 해방’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는 곧 동일시에서 벗어나 근본자각에 이르는 작은 경로이다.
시명상의 자리 – 일상의 수행, 평온으로 가는 길
『시명상』은 독자에게 시를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시를 ‘겪게’ 한다. 그 겪음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만나고, 그 감정을 알아차리며, 다시 그것을 놓아주는 훈련을 한다. 시를 통해 흘러들어온 삶의 이야기들은 명상을 통해 정화되고, 우리는 점점 더 ‘고요하고 평온한 자리’에 닿게 된다.
이 책은 명상 수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익숙한 시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각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동시에 수행자들에게도 감정과 언어라는 또 하나의 ‘수행 도구’를 제공해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상의 언어와 감정, 기억과 이미지들이 곧 ‘공(空)’과 ‘무아(無我)’를 배우는 생생한 교실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일이다.
금강 스님, <『챗 지피티와 스님의 대화』 저자・시낭송가>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시 분석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얼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이어 다른 얼굴이 하나. 그렇게 얼굴들이 검은 나뭇가지에 피어난 흰 꽃처럼 떠올랐습니다. 그 생생한 이미지에 휘말려 한동안 멍해 있었습니다.
아주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이질적인 세계로 이동했던 것이지요. 거기 앉아서 파리의 지하철에서 곁을 스쳐가는 이들에게서 순간을 보았고, 죄 없는 신천옹을 죽인 노수부의 의식을 따라 사중생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낯선 세계에서 한동안 머무는, 그리고 나 자신도 낯설어지는 그 경험은?
그건 시어가 제 존재를 지배한 순간이었습니다. 시어는 모든 소음을 잠재웠고,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은 아마 이 세상은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런 깨달음을 만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존재하지만 나 자신만의 삶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런 일을 만난 순간이었기도 할 겁니다. 그 이미지들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높은 산의 정기를 들이마신 것처럼 마음은 생생해졌고 세상이 새로워졌지요.
좁은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몸이 약해 한 번도 개근상을 타본 적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 앞에 죽 늘어선 분식점에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수학여행을 제외하고 어디론가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다락방에 있던 책들을 읽으면서 여름을 났고, 오래 된 책내음을 맡으면서 겨울을 났습니다. 어디서건 머뭇거렸고 미적거리면서 뒤로 숨었습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2. 목차
추천의 글 • 4
서문 • 10
1부 시명상으로의 초대 • 17
1장 ‘가슴으로’ 읽는 시 • 19
2장 시명상, 언어로 하는 수행 • 27
3장 어휘, 감정을 불러오다 • 39
4장 시어에의 공감과 소통 • 55
5장 일상에 스며 있는 시 • 80
6장 실천 가이드 • 94
2부 시와 함께 하는 내면 여행 • 101
7장 처음 만나는 세상처럼 • 109
8장 여기에 있는 지금의 나 • 122
9장 나는 누구인가 • 135
10장 자연 안에 있는 나, 내 안에 있는 자연 • 150
11장 인연의 그물로 이루어진 삶 • 163
12장 사랑과 연결 • 177
13장 고통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삶 • 193
14장 슬픔은 선물 • 207
15장 있는 그대로 온전한 나 • 222
2부를 마치며 • 234
3부 삶으로 스며드는 시명상 • 237
16장 변하는 사람들 • 239
마무리 글 삶이라는 시를 쓰는 당신에게 • 253
감사의 글 • 257
부록 시인 소개 • 259
참고 문헌 • 264
3. 본문 중에서
2013년 수학능력 시험에 오규원 시인의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라는 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 시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갈래는 자유시, 서정시이고 시의 성격은 의지적, 명상적, 상징적, 고백적이며 도치법과 의인법을 사용했고 1연은 자연물이 흔들리는 모습, 기타 등등……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시를 배워왔습니다.
시를 어렵다고 느끼게 된 것은 시를 이성으로 분석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를 학문적으로 배웠을 때 얻을 수 있는 분석적 기법은 소중합니다. 우리는 은유로 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비유로 쉽게 설명하기도 하며 철학으로 읽어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분석하느라 그 이면에 담긴 감성과 통찰을 놓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pp.19-20 중에서)
시명상의 사회적 연결
타인과 깊이 연결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공감(共感)’입니다. 공감이란 흔히 감정의 공유라고 말하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경험을 마치 나의 것인 것처럼 이해하고 느끼는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이 공감이라는 단어의 뿌리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공감의 독일어 단어는 ‘Einfühlung(아인퓔룽)’입니다. 이는 ‘안으로’라는 뜻의 ‘Ein-’과 ‘느낌’이라는 뜻의 ‘-fühlung’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글자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느끼기’,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 속으로 들어가 함께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렇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느끼는 공감 능력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행위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내 안의 것을 쏟아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감정 표현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시작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강력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내 안의 긴장을 풀어내고 감정적 억압을 해소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무시하거나 억누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머물러 있다 언젠가 터져 나올 수 있지만, 감정을 확실히 하고 표현함으로써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시의 목적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든 시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쓰입니다.
(pp.71-72 중에서)
두 번째 시
가지 않은 길
_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갈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한참을 서서 한쪽 길을
멀리 굽어볼 수 있는 데까지 굽어보았습니다.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곳까지.
그리고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 또한
아름다웠고, 어쩌면 더 나은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풀이 무성하여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했으니까요.
비록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은
두 길 모두 거의 같았지만.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낙엽 위로 아무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채.
아, 나는 첫 번째 길은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나는 훗날 어디에선가 한숨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두 갈래 길이 숲 속에 있었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다고.
‘가슴으로 시 읽기’ 안내:
이 시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읽거나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시의 언어와 이미지가 선택과 책임,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당신의 감각과 생각을 어떻게 깨우는지 느껴봅니다.
[1단계: 경험하기-시와 나의 첫만남]
• 첫 울림: 시 전체를 소리 내어 읽거나 마음속으로 느껴봅니다.
어떤 구절, 단어, 혹은 이미지가 가장 먼저 다가왔는지 알아차립니다.
• 경험과 연결하기: 그 구절이 왜 특별하게 느껴졌는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 감정 알아차리기: 구절과 함께 떠오른 감정이나 신체 감각을 알아차립니다.
• 천천히 그 감정을 누리면서 그 감정을 겪도록 한 사건을 돌아봅니다.
• 감정에 이름 붙이기: 자신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감정에 이름표를 붙입니다.
• 내려놓기: 이제 감정과 기억을 책 페이지 넘기듯 내려놓습니다. 혹은 한 호흡 내쉬면서 내어 보냅니다.
(pp.143-145 중에서)
시는 현실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인간은 보이는 것으로만 살아가지 않습니다. 인간은 철저히 현실주의자이지만 그 현실을 지탱하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 신념, 믿음, 의지, 그것이 인간을 살아가게 만듭니다. 백년 전이나 다름없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사랑이 만들어낸 아픔과 그로 인한 성숙입니다. 그렇기에 미라보 다리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당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p.192 중에서)
‘나는 나고 너는 너다’라는 구별 의식에 의하면 이러한 이해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미국문학사를 가르칠 때의 이야기입니다. 휘트먼은 영문학사, 특히 미국문학시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에게는 혁명적이라는 수사가 붙습니다. 최초로 자유시를 썼을 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찬양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조별 과제로 주었습니다. 이 시를 맡은 학생들이 활짝 웃으며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발표하면서도 연방 싱글벙글이었지요. 당시에는 그저 학생들이 환하고 예쁘다고만 느꼈지요.
(p.232 중에서)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 만남이고, 공간을 초월한 만남이며, 무엇보다 일상적 자아를 초월한 만남일 겁니다. 바로 그 순간, 시인이 경험했던 그 신성한 멈춤과 깨어있음 속에서, 존재의 가장 깊은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이것이 시명상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시를 통해 삶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갖는 것, 그리고 그 눈으로 매 순간을 시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시명상의 완성입니다.
여기에서 ‘가슴으로 시 읽기’ 여정은 끝납니다. 그러나 시라는 매체를 통한 명상은 어디에서 가능합니다. 이제는 당신이 여정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당신의 삶이 바로 당신이라는 이름의, 세상에 단 한 편뿐인 시입니다. 기쁨의 순간은 눈부신 은유가 되고, 슬픔의 경험은 깊은 행간을 만들 것입니다. 당신만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곧, 당신만의 시를 완성해나가는 위대한 여정입니다.
(p.256 중에서)
4. 저자 소개
지은이 이강선
1960년 목포 출생. 영문학 박사. 2010년 유방암 3기로 수술을 받은 이후 2여년간 요양원에서 머물렀다. 여름은 물론 눈 쌓인 한겨울에도 오서산 꼭대기에 올랐고, 들로 나다니면서 야생화를 들여다보았다. 자연에 안겨 지내는 한편 ‘치유서사’ 강의를 들으면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비롯, 관련 서적을 섭렵했다. 이후 위빠사나 등 명상을 했고, 몸마음 공부를 위해 통합심신치유학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현대 명상을 만났다. 문학과 마음공부의 공통점을 깨닫고, 다년간 인터넷 매체 ‘마음건강 길’에서 ‘시명상’ 칼럼을 써오고 있다. 성균관대 대우교수, 호남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모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치병 경험을 담은 책, 『몸이 아프다고 삶도 아픈 건 아니야』(2012) 등과 『더 리얼 씽』(2024) 등 10권의 영한 번역서, Jang-Making(2024) 등 5권의 한영 번역서 외 기타 공저가 있다.